Blog iconJaeho Yi
과일 길들이기의 역사 후기
Review

과일 길들이기의 역사 후기

notion image
📖

과일 길들이기의 역사

베른트 브루너 지음
박경리 옮김
b.read
사람의 삶과 관련된 과일, 그리고 사람이 과일을 길러온 과수원에 대해서 다루는 책이다. 최근에 『식물학자의 노트』라는 책을 읽었는데, 식물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이 책을 보고 과일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궁금해져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아주 자세하고 전문적이다. 기록도 남아있지 않은 옛날부터 시작하여 언제 어디서나 신선한 과일을 구할 수 있는 현대까지 아주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다. 주로 특정 시대의 특정 지역에서 어떤 과일을 재배했고 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해준다. 그만큼 책을 읽을 때 사전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꽤 있고, 이야기라기보다 학술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시대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주석이 자세하게 달려 있기 때문에 천천히 그 시대를 상상하면서 읽어 볼 수 있었다. 이런 넓은 범위를 다룰 수 있는 저자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시대에 먹는 과일 품종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이 책을 읽어 보니, 과일 재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려할 요소가 많은 아주 전문적인 기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처럼 병충해, 접목, 품종에 대한 지식이 쌓이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과일을 공급받기 위해서 시대를 넘어 많은 연구를 거듭해 온 인간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발전해가는 과일 재배 기술이 신기하기도 했다.
지금의 과수원은 사실상 과일을 최대한의 가치로 수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수원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의 문화에서 과수원은 그런 단순한 역할만은 아니었다는 점이 보인다. 희소한 과일을 얼마나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는지에 따라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도 하고, 과수원 자체가 하나의 예술 공간이 되기도 하고, 과일과 과수원이 그 지역 문화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평소에 과일을 먹을 때는 그저 그 과일이 무슨 종류인지만 인식하고 먹었지, 품종까지 생각해 본 적은 전혀 없었다. 책에는 품종마다, 재배 방식마다 과일의 맛이 아주 달라진다고 나오는데, 앞으로 과일을 먹을 때는 품종도 확인하면서 비교를 해볼까 싶다. 그리고 여행을 다닐 때는 그 지역의 특산품 과일도 하나씩 사 먹어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