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초탐정사건부 레인코드 후기

슈퍼 단간론파 2×2에 대한 소식을 보고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레인코드까지 찾아가게 됐다. 원래 단간론파 시리즈를 재밌게 해서 절대절망소녀까지 할 정도였는데, 시리즈가 끊긴 이후에는 관련 게임을 해보지는 않았었다. 이 게임이 단간론파의 정신적인 후속작의 위치라고 하길래 꼭 해봐야겠다 싶었다.
이 게임 역시 단간론파와 비슷하게 사건을 수사하는 추리 장르의 게임이다. 주인공인 유마 코코헤드는 탐정인데,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이 세계관에는 초탐정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초탐정은 각자 탐정 특수 능력이라고 부르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초탐정들은 이 능력을 활용하여 사건을 수사한다.
게임의 진행은 크게 조사 파트와 추리 파트로 나누어진다. 조사 파트에서는 사건과 관련된 현장을 탐색하며 증거를 수집한다. 추리 파트에서는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수수께끼 미궁’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조사 파트에는 복잡한 부분은 없다. 맵에 표시된 마커를 따라가서 조사를 하면 증거를 수집할 수 있다. 선택할 부분은 없고 정해진 길을 따라가면 된다. 사건의 관련 인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추리 파트에는 수수께끼 미궁이라는 개념이 있다. 수수께끼 미궁은 사건의 수수께끼를 RPG 게임의 던전처럼 구현한 공간이다. 미궁에서는 장애물이 ‘범행에는 어떤 도구를 사용했을까?’와 같은 질문들로 변하고, 올바른 대답을 하는 것으로 돌파할 수 있다. 단간론파의 학급재판과 대응되는 컨텐츠로 수수께끼 괴인과 싸우는 추리 데스매치가 있다. 추리 데스매치에서는 날아오는 괴인의 말들을 피하다가 모순이 있는 말을 적절한 증거로 반박하여 괴인을 처치한다. 이런 미니게임들을 거쳐 수수께끼 미궁을 공략하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방식이다.
그 외에는 사건과 사건 사이에 있는 서브 퀘스트나 다른 초탐정들과의 대화 등의 컨텐츠가 있다. 전체적으로 일방통행의 스토리 게임이기 때문에, 이런 컨텐츠들은 덤으로 있는 정도이다.

그래서 단간론파와는 꽤 다른 시스템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나는 여러 측면에서 이 게임이 꽤 실망스러웠다. 그렇지만 실망스러운 부분을 이야기하기 전에 좋았던 점부터 다루려고 한다.
먼저, 수수께끼 미궁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미니게임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추리라는 개념을 RPG 게임의 던전으로 표현했으니, 추리 선택지를 개성있는 미니게임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이 게임은 거의 모든 파트가 3D인데, 챕터에서 잠깐 등장하는 정도인 수수께끼 괴인들까지 모델링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어서 눈이 심심하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을 같은 일러스트로 보여주는 단간론파에 비해서 발전한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수수께끼 미궁의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느껴졌다.
그 외에도 빠른 이동이나 스킵과 같은 편의성 기능들도 많이 있어서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는 점도 좋았다. 목표가 맵에 바로 표시되기 때문에 헤멜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게임이 계획했던 것보다 작게 만들어진 게 아닐까싶은 부분들이 종종 있었다. 수수께끼 미궁의 경우 컨셉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초반 챕터를 제외하고는 내가 선택해서 미궁을 탐색한다는 개념은 전혀 없었다. 미니게임 역시도 초반에는 다양하게 등장하다가 후반에는 선택지만 고르는 방식 위주로 사용되고, 참신하게 나오던 미니게임은 QTE로 간단하게 대체된 느낌이 든다.
추리하는 과정도 완성도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힌트를 많이 주기 때문에 추리 파트가 시작할 때쯤에는 어느 정도 전말이 예상이 가능한데, 스토리의 진행을 위해서 틀린 추리의 방향으로 가야하는 부분들이 많다. 이런 부분이 있다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지만, 틀린 선택지들 중에서 어떤 게 진짜 틀린 선택지이고 어떤 게 ‘진행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틀린 선택지인지 구분하는 게 어려웠다.
이런 부분들이 불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게임이 다른 추리 게임에 비해서 실시간으로 집중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추리 데스매치에서는 모순되는 발언만 찾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격을 피해야 하고, 컷씬의 중간중간 QTE가 있기 때문에 모든 장면을 집중해서 보고 있어야 한다. 스토리가 틀린 추리로 진행될 때는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게임 시스템에 붙잡혀서 흥미없는 장면을 강제로 보게 된다는 느낌을 받아서 불쾌했다.
이 게임이 꼭 단간론파와 비교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간론파에 비해서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다. 단간론파와 다른 시스템들은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게임 내용의 깊이가 훨씬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그래도 원래 이런 게임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난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의 무게나 세계관 설정으로는 단간론파보다는 더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