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인 솔즈 후기


지금까지 해본 게임 중에서 전투나 액션이 가장 재밌었던 게임은 세키로와 몬스터 헌터 라이즈인 것 같다. 두 게임의 공통점은 3D 3인칭뷰에 패링 시스템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패링 시스템이 내 취향이라고 하면, 2D 게임에서는 패링 시스템을 만들기 어려운 걸까? 이런 의문이 들어 2D에서 패링을 넣는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상상했다.
내가 상상만 하던 게임이 바로 이 〈나인 솔즈〉다. 2D 횡스크롤에 세키로와 비슷한 패링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하니, 바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플레이
아주 다양한 게임을 해본 것도 아니라서 많은 게임과 비교는 못 하겠다. 그렇지만 내가 해본 게임과 비교하자면 전체적인 플레이는 할로우 나이트가, 전투 방식은 세키로가, 게임의 컨셉은 산나비가 떠올랐다.
게임의 장르는 할로우 나이트와 비슷한 메트로배니아다. 복잡한 맵을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밝히고 능력이 해금 될 때마다 새로운 장소에 갈 수 있게 된다. 숨겨진 장소에서 아이템을 찾을 수도 있고, 퍼즐을 풀어 잠긴 문을 열기도 한다. 후반부에는 다양한 능력들이 생겨 훨씬 복잡한 길을 이동하게 된다.
기본적인 조작은 역시 할로우 나이트와 비슷하지만, 나인 솔즈의 핵심은 패링 시스템이다. 패링은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가드를 하는 것이다. 일반 몬스터는 가드나 패링 없이도 충분히 잡을 수 있지만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에서는 패링이 필수적인 패턴들이 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패링이 해금 된다. 보스 몬스터의 공격 종류를 구분해서 적절한 방법의 패링을 사용해야 한다.
패링 시스템
액션 게임에서 적의 공격을 피하는 방법이라면 5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 가드
- 그냥 움직여서 공격 범위를 벗어나기
- 패링
- 대시, 구르기와 같은 짧은 무적기
- 카운터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올수록 리스크가 크고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크다.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있어야 큰 리스크를 지고 회피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 보상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애초에 회피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는 게임이라면 리스크와 보상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그에 맞춰서 플레이할 뿐이다.
나는 이런 액션 게임의 재미는 내가 선택한 리스크의 플레이를 하여 내가 선택한 보상을 얻는 것에서 온다고 믿는다. 즉, 나는 한가지의 회피 방법만 사용한다고 해도 여전히 다른 회피 방법이 있기는 해야 한다.
이런 상대적인 보상의 재미를 키운 게임이 몬스터 헌터 라이즈라고 생각한다. 몬스터 헌터에서 몬스터를 잡는 방식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회피와 카운터를 완벽하게 활용하여 낭비되는 시간 없이 계속 몬스터를 공격하는 것이다. 몬스터 헌터 라이즈에 선택지를 비교하면 이렇다.
- 가드: 거의 무조건 성공하지만 스태미너가 소모됨
- 그냥 움직여서 공격 범위를 벗어나기: 쉽게 성공하지만 공격 기회를 놓침
- 패링: 드물지만 차지액스의 가드포인트 등이 있음
- 대시, 구르기와 같은 짧은 무적기: 성공하기 어렵지만 시간 낭비가 거의 없음
- 패링: 성공하기 어렵고 밧줄벌레도 사용하지만 회피와 동시에 높은 데미지로 공격함
여기서 나인 솔즈나 세키로에서 패링은 가드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있다. 패링이 실패하면 가드가 될 뿐이다. 나인 솔즈에서는 내상이, 세키로에서는 체간이 패널티로 작용한다. 만약 타이밍을 맞춰서 패링을 한다면 경쾌한 소리와 함께 패널티가 무효화된다.
물론 패링도 쾌감이 있고 재밌지만, 패링만으로는 너무 단조롭다. 그래서 공중 차기, 무한 반격과 같은 카운터 기술들이 있고 그에 맞는 몬스터 패턴이 추가된다. 마지막 보스전에서는 결국 패턴의 종류를 구분해서 패링, 공중 차기, 무한 반격, 회피의 중 하나로 대응하는 리듬 게임에 가까워진다.
이렇게 보면, 내가 생각했던 패링의 재미와는 멀어져있다. 사실상 나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2D 게임에서의 패링
2D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두 핵심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 적과의 거리감: 2D에서는 화면에 표현할 수 있는 거리가 제한되어 있다. 적절한 화면 크기는 적과 거리를 벌리기에는 너무 좁다. 그리고 이동할 수 있는 방향이 사실상 1차원이다.
- 적의 동작: 적의 동작을 플레이어가 구분하기 위해서는 부드럽게 이어지는 애니메이션과 디테일한 표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들은 2D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래서 2D 게임에서 적의 패턴을 나눌 때는 그냥 대놓고 화려하게 알려주게 된다.
그리고 이 두 요소를 통해서 단순한 리듬 게임이 아닌 내가 전투 방식을 선택하는 게임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것은 단순히 적의 패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일 뿐이라도, 최소한 적과의 거리감을 통해 그 순간을 결정할 수는 있다. 그리고 적의 움직임을 보고 어떤 패턴인지 선택해서 반응하게 된다. 패턴의 종류를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면 대응에 늦을 수도 있고, 일찍 대응한다면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다. 플레이어는 이 타이밍도 조절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점들은 내 생각에 게임을 끼워맞춘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미묘한 차이가 재미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2D에서만 살릴 수 있는 요소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나인 솔즈에서도 그런 요소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나인 솔즈에서의 패링
세키로에서 느꼈던 전투를 그대로 느낄 수는 없었지만 기대한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만든 게임이다. 보스 몬스터의 패턴에 익숙해져가는 과정도 재미있고, 결국 익숙해져서 리듬 게임이 되어도 그 자체로 재미있다. 다만 패링의 보상이나 가드의 패널티가 너무 작아서 패링에 성공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시원한 패링 효과음을 들으려고 패링을 시도하게 될 뿐이다.
그리고 몬스터의 투사체 패턴을 나름대로 시도한 것 같은데, 이건 정말 별로였다. 플레이어를 따라오는 유도탄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인지, 투사체의 속도나 경로가 문제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타이밍을 맞추기도 어렵고 자꾸 등 뒤로 날라와서 맞는다.
어쨌든 2D 플랫포머 게임에 전투 자체로 재미있는 게임이 있다는게 신기하고 대단했다.
그 외
스토리나 아트는 잘 모르겠지만 퀄리티가 높은 것 같다. 다만 한국어 번역이 정말 별로여서 게임의 분위기에 몰입하기는 어려웠다. 게임을 끝내고도 내용이 확실히 이해가 안 돼서 다시 찾아봐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맥북으로 플레이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는 점에서 최적화도 잘된 것 같다.
총평
이 게임을 플레이한 건 내 호기심때문이었지만, 그런 호기심과 상관 없이 정말 재미있었다. 할로우 나이트와 세키로 둘 중 하나라도 재미있게 했다면 이 게임도 부담 없이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몇 주간 하면서도 자주 업데이트가 있었는데, 사소한 부분들을 좀 더 개선해간다면 훨씬 더 좋은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다.